본문 바로가기

서재

이다혜「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」

일주일 넘게 한 책만 붙잡고 읽었다. 쉬엄쉬엄 읽었고 책을 다시 읽는 습관의 작은 성공의 스타트다.

이 책을 읽게 된 배경에는 좋아하는 블로거 분의 공감, 여행이라는 단어의 반짝임, 곧 떠나야하는 미래 등등이 합쳐졌다.

재밌었던 부분은 내가 사랑한 패키지, 비여자 비남자, 다르다는 말의 뜻, 할지 말지는 해 봐야 안다 이 네 가지다. 나머지 글들도 재밌었지만 특히 공감이 많이 가서 기억에 남았다.

적요함, 물, 바람. 그 세 가지의 소리가 숲 속에 안긴 절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.() 발은 여전히 시렸다. 그리고 그곳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. 진눈깨비가 우산 위에 떨어지는 소리, 흙바닥에 닿는 소리, 나뭇가지를 타고 흐르는 소리, 지붕을 두들기는 소리 한가운데 나 혼자 서 있었다.(…‥) 사위가 어둡고, 사람이 적고, 몸은 고되고, 아무것도 잊을 수없는 식으로 각인되는 경험.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좋은 일이 생기고 궂으면 궂은 대로 좋은 일이 생긴다.(…‥) 맑음과 흐림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. 나는 마침내 모든 날씨를 좋아하는 법을 배웠다. -비여자 비남자 중-

좋은 점 나쁜 점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라고 생각한다.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그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고 궂은 날 또한 마찬가지다. 좋고 나쁘고는 마음가짐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고등학교 때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날 친구와 같이 학교 밑 처마가 있는 곳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. 춥고 시간은 가고 그칠 기미는 안 보이고 해서 불쾌지수가 차오르고 있었는데 옆에 친구가 비 속을 달리고 싶다라는 말을 했고 비 속을 소리지르면 달렸다. 학교는 산 중턱 쯤에 있어서 내리막길을 내려가서 강다리를 건너야 시내가 나온다. 시내까지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렸고 정말 비를 맞자마자 다 젖었다. 그 때의 기억은 성인이 되서도 기억에 남았고 비를 쫄딱 맞았음에도 기분이 좋았다. 시내에 들어서는 첫 입구에는 낚시가게가 있었는데 달리는 우리를 보고 큰 우산을 하나 주셨다. 우산은 반납했지만 그 기억 또한 비 오는 날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추억 중의 하나가 됐다. 

 

새로운 책 발견 : 쥘 베른 「녹색 광선